주가 하락 속에도 D램 현물가는 상승세 지속
코스피 PER 5.12배…코로나 때보다 낮아
"불안감 남아있지만 반등은 이미 시작"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역대 최대 월간 매출 기록을 또 경신한 가운데 반도체 피크아웃(정점통과) 우려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TSMC의 실적 모멘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수요가 이상 없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반도체 주가 역시 정상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95% 내린 6240.06으로 개장한 뒤 오전 9시50분 기준 0.67% 내린 6257.24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2.02% 오른 871.74에 거래 중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약보합권에서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간 조속한 협상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95포인트(-0.11%) 내린 53975.9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3포인트(-0.06%) 내린 7753.1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5.26포인트(-0.32%) 내린 26605.36에 거래를 마쳤다.
TSMC는 전날 공지에서 올해 7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7% 증가한 4675억8000만대만달러(약 20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매출은 종전 최대 월간 매출 기록이었던 6월의 4426억8000만대만달러(약 19조5000억원)보다 5.6% 증가했다. 지난 1∼7월 총매출액은 2조8720억6400만대만달러(약 126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블룸버그는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 D램 현물 가격 흐름과 내재 변동성 지표 등 반도체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양호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D램 현물 가격은 반도체 주가가 급락하던 지난달에도 오름세를 유지했으며, 급격한 가격조정은 실물 동향보다 심리 요인에 기인했다. 메모리 가격의 상승세는 여전히 강력한 수요에 기반하고 있고,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단기간 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증권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주잔고 대비 자본지출은 절대 과도하지 않으며,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업체에 쏠렸던 시장 수급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및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로직 반도체로 분산되는 순환매 과정은 AI 사이클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며, 결국 메모리 업체의 본격적인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를 압박했던 악재들 역시 수요 둔화가 아닌 수급 및 눈높이 조정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샌디스크의 실적 가이던스 쇼크는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조정하는 과정이었으며,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양 하향 검토(12단 HBM4E 대신 HBM4 혼용 평가) 소식은 근본적으로 HBM 공급 부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사양 조정이 SK하이닉스 에게는 단기 프리미엄 마진 우려일 수 있지만 12단 HBM4 인증 및 공급 확대를 노리는 삼성전자 에게는 핵심 공급망 진입의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
향후 사이클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상쇄해 줄 구조적 이익 안전판도 확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70~80%에 육박한 상황에서 체결된 5년 장기 공급 계약(LTA)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TA는 고객사의 비용 확대 부담을 완화해 수요를 장기화하고,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 모두에서 메모리 업체의 이익 두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3분기 메모리 가격 역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 상향에 기반한 반도체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가격과 이익 간의 극단적인 괴리가 반등의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2배 수준까지 떨어져 2008년 금융위기(6.27배)나 2020년 코로나19 저점(7.53배)보다도 낮다. 1998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가 하락과 함께 이익 전망도 훼손됐으나 지금은 주가가 내리는 동안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연초 대비 184% 높아지며 12개월 연속 상향되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은 위기를 반영했지만 이익은 위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코스피 거래 비중이 7월 말 32.5%에서 최근 3.4%로 급감하며 현물시장을 왜곡했던 기계적 매도 압력도 정점을 통과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루트자형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외국인 수급과 투자심리는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가격은 위기 수준까지 낮아졌고 이익 전망은 오히려 높아진 데다 미국 금리의 상방 압력도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첫 반등은 가격과 금리가 만들고 다음 상승은 이익과 외국인이 만들 것"이라며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반등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