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로 쌓은 현금 90% 감소
美클리아랩 부진에 영업권 손상 우려
'사무장병원' 수사에 인력 이탈까지 겹악재
코스닥 상장사 랩지노믹스 가 사모펀드(PEF)로 주인이 바뀐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축적했던 막대한 현금은 불과 3년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주요 사업과 관련해서 경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안팎으로 겹친 악재와 핵심 인력의 이탈로 향후 턴어라운드마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랩지노믹스는 2023년 1월 창업주인 진승현 전 대표에서 루하PE(루하갈락티코스 유한회사)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매각 직전인 2022년 당시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곳간을 두둑이 채운 상태였다. 2022년 말 기준 랩지노믹스의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98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뒤 현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랩지노믹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9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3년 반 만에 현금 보유량이 10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현금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본업인 진단 사업의 부진이다. 2022년 6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랩지노믹스는 2023년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해 2024년 185억원, 2025년 535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랩지노믹스의 주요 검체 수탁을 도맡아 하던 '랩지노믹스진단검사의학과의원'이 폐업하면서 매출채권 손상이 생겨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약 4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손상(대손상각비)을 일시에 비용으로 반영했다.
사모펀드 인수 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했던 미국 클리아랩(CLIA Lab, 진단수탁기관) 인수 역시 실적 갉아먹기의 주범이 됐다. 랩지노믹스는 2023년 8월 큐디엑스(QDx)와 2024년 10월 아이엠디(IMD)를 잇달아 인수했으나, 두 곳 모두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큐디엑스는 약 29억원, 아이엠디는 약 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클리아랩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병리학 및 암 진단 분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 막대한 통합·운영 비용이 발생했다. 또한 마진율이 높은 자체개발검사(LDT) 시약 도입이 지연되면서 비싼 상용 체외진단키트(IVD)에 의존해야 했던 탓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랩지노믹스가 겪고 있는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뇌관은 최근 불거진 '랩지노믹스의원'에 대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이다. 현재 해당 의원은 비의료인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수사 결과 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수사당국의 범죄수익 환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클리아랩의 상황도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랩지노믹스는 LDT 시약 적용 확대를 통해 원가를 50% 이상 절감해 흑자로 돌려세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보험 네트워크 영업이 필수적인 미국 의료 시장 특성상 단기간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클리아랩을 인수하면서 설정한 영업권도 불안 요소다. 랩지노믹스는 올 상반기 말 기준 약 550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갖고 있다. 클리아랩의 적자가 계속돼 미래 수익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 영업권은 연말 결산 시점마다 손상차손으로 처리될 수 있다. 실제 랩지노믹스는 클리아랩 인수 후 100억원이 넘는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랩지노믹스의 내부 조직력도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류재학 대표이사가 합류한 후 166명 수준이던 직원은 최근 58명 수준까지 급감했다. 실제 영업 전방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60여명 수준에서 10여명으로 감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영업조직 일부가 경쟁사로 단체 이직을 감행한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영업을 창출해야 할 핵심 인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랩지노믹스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