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개월 만에 5000 붕괴
美 민주당 압승 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반도체 수요 둔화 땐 한국도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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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내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2026.11.6. 강진형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웨이브' 충격에 코스피가 장 중 5000 밑으로 내려갔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코스피 9개월 만에 5000 붕괴
6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급락해 오전 9시3분께 매매가 20분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일시 매매정지)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지수는 전날보다 8.52% 내린 4924.61이었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한 건 역대 17번째이고, 올해 들어서는 11번째다.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42% 하락한 4930.64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가 장중 5000포인트를 깨고 내려간 것은 지난 2월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코스피는 AI 반도체 훈픙으로 지난 6월11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9385.59를 찍었지만 이후 고점 우려가 번지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올해 4224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6월11일 기준 상승률이 122.7%에 달했지만 현재는 17.2% 수준에 그친다. 이날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3.53% 내린 654.43에 개장한 뒤 낙폭을 키워 오전 10시1분 기준 7.05% 내린 630.55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은 올해 31.5% 급락해 코스피 대비 성과가 부진하다.
이틀째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우리 증시를 끌어내렸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오전 10시2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88% 내린 18만36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 (-11.47%), SK스퀘어(-11.99%), 삼성전기(-13.35%), 한미반도체(-11.59%) 등 반도체주 대부분이 급락세다. LG에너지솔루션(-3.61%), 현대차(-8.62%), KB금융(-7.39%), 셀트리온(-3.02%) 등 비반도체주도 하락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오전 10시 기준 23.60% 폭락했다. 지난 6월22일 고점(3만6925원) 대비 무려 91.10%나 빠졌다. 알테오젠(-5.67%), 에코프로(-7.03%), 주성엔지니어링(-9.34%), 레인보우로보틱스(-7.92%) 등 코스닥 시총 상위주도 급락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300억원 순매도 중이며 기관이 3400억원, 개인이 1100억원 각각 순매수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승리 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충격'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 소식이 뉴욕증시를 강타하며 한국 시장에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33.06포인트(3.44%) 내린 5만1523.0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334.89포인트(4.36%) 급락한 7353.7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421.51포인트(5.52%) 폭락한 2만4314.99로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AI 투자 확대를 주도해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이틀 연속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각각 9.3%, 10.4% 하락했고, 오라클도 7.0% 내렸다. 퀄컴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9.3% 급락했다. AMD(-17.3%), 마이크론(-17.5%), 샌디스크(-22.3%), 웨스턴디지털(-17.4%) 등 메모리 관련주와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13.4%)도 크게 내렸다.
AI 데이터센터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어위브는 9.8% 하락했고, 네비우스와 아이렌은 각각 14.9%, 16.9% 급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네오클라우드 계약 재검토 소식이 부각되며 낙폭이 확대됐다"며 "AI의 실질 수요보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과 투자금 회수, 금융조달 위험을 더 크게 반영했으며, 옵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하락을 확대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민주당의 압승이다. 월가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투자 지역인 텍사스의 정치 지형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텍사스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주지사·검찰총장까지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지나 이노호사 주지사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과 환경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UBS는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움직임으로 2028년까지 예상되는 미국의 신규 데이터센터 증설 물량 중 약 30%가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AI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인 대규모 설비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AI 특수 한국 '나 떨고 있니'…반도체 수요 둔화 땐 충격 불가피
미국 중간선거의 'AI 블루 쇼크'는 한국 증시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에서 상당한 수혜를 누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반도체 수요 증가세도 약화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AI 호황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리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AI 투자 거품이 붕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가 당장 진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피해보다 우려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선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규제는 2027년 프로젝트보다는 2028년 프로젝트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규제 범위, 실제 지연 여부, AI 수요 감소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시, 전일 미국 증시에서의 AI주 폭락은 과매도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우리 증시가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증시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하고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을 언급하며 "글로벌 증시로의 파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출 호조가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은 만큼 주요국의 산업·통상정책 변화가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