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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딜Bad딜]新금융권력 사모펀드…MBK가 왜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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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한국앤컴퍼니서 인수전서 드러난 PE 영향력
책임투자 전면 내세워 "먹튀 부정적 이미지 탈피 노력"

한국 최고 부자는 누굴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한국의 1위 자산가로 꼽았다. '먹튀', '기업사냥꾼', '자본시장의 하이에나'로 여겨졌던 사모펀드. 생산시설도, 미래기술도 없는 그곳의 회장이 재벌 총수를 누르고 한국 최고의 자산가로 이름을 올렸다. 자산 규모만이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국민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시도하더니, 오스템임플란트·한국앤컴퍼니 등 문제적 기업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메스(칼)를 들이댔다. 한국 재계를 뒤흔드는 신(新) 금융 권력 사모펀드,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재계를 흔들다‥돈만으로 안되는 M&A '계산된 실패'

국내 투자은행(IB)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딜(deal)이 국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사회적인 파워, 산업 및 자본시장의 키플레이어(key-player)로서 역할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최근 한국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3건의 '문제적 딜'을 수행했다.


토종 사모펀드이자 국민연금도 자금 운용을 맡기는 이 사모펀드는 재작년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MBK는 자율주행, 도심형 항공교통(UAM), 드론 택배, 로봇 택배 등 미래형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국민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에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강력한 사회적 반발에 휩싸여 인수는 무산됐다. 돈도 있고 미래 청사진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사모펀드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았다. 돈이 있어도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빅 딜'이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 (#1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실패)


이후 MBK는 2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로 눈을 돌린다. 펀드 입장에선 흔들리는 지배구조는 기회였고, 치과 산업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미래였다. 주주행동주의 운용사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불을 댕겼다. 중견기업 오너 설득에 능한 UCK파트너스가 최규옥 회장을 설득해 지분을 매각하게 했다. 이어서 자금력을 가진 MBK가 유통 주식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까지 시켰다. 사모펀드의 거대 자본과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이 합쳐진 인수합병(M&A) 성공사례다. (#2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성공)


MBK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장남과 손잡고 차남이 가지고 있는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최대주주의 지분이 40%를 넘었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운 딜이었다. 하지만 MBK는 공개매수를 강행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MBK 측이 주장한 명분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경영권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MBK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를 시도하는 펀드라는 새로운 이미지의 옷을 입었다. 계산된 실패였다. (#3 한국앤컴퍼니 인수 실패)



PE 주인은 누구‥글로벌 연기금 '독수리 투자'에 돈 안 푼다

최근 MBK의 이례적인 M&A 시도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펀드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살펴봐야 한다. MBK는 운용 규모가 260억 달러(약 3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의 주인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 세계 연기금 150곳 이상으로부터 출자받고 있다. 국내외 대형 연기금의 돈을 받아 대신 불려주는 운용사로, MBK 투자금의 대부분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나온다.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계산은 통하기 어려운 구조다. 펀드의 모든 움직임은 기관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에서 비롯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투자자금을 모집할 때 벌처(Vulture) 투자, 독수리처럼 돈만 빼먹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선언을 하면서 기관 자금을 모집할 정도로 책임투자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라며 "대형 연기금들이 ESG 투자 성과를 중시하면서 불투명하거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투자에는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하고 철저한 투자처 검증까지 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기금의 한 고위관계자는 "실제 투자 집행에서 책임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국제연합 책임투자 원칙(UN PRI)에 가입을 공식화하고,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5000개 이상의 기관이 UN PRI에 가입했고, 가입기관 총 운용자산 규모가 약 121조 달러(17경4000조원)에 이른다. 국내서도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대형 기관들이 UN PRI에 가입했다. 책임투자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PEF들은 위탁 운용사 리스트에서 배제되고,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펀드들의 M&A 시도 역시 외형적으로 책임투자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금모집과 수익추구를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다. 최근 MBK가 진행한 공개매수 건도 이런 책임투자원칙, 즉 연기금들이 PE에 요구하는 투자 규격에 적합한 실적을 쌓기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BK의 이번 시도가 일견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경영진이 무능하고 도덕적인 결함이 있으면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최근 출자자들이 좋아하는 투자 트렌드"라며 "실패해도 사회적 요구에 맞고 박수받을 일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펀드들도 차별화된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과거처럼 무작정 무리한 요구보다 합리적인 요구를 하면서 똑똑하게 접근한다"며 "국민여론을 신경 써야 하고 투자자 유치를 위해 '먹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패해도 박수받는 '책임투자'‥기업 저평가된 한국 시장서는 수익률로

주주행동주의를 방불케 하는 MBK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대기업 M&A 시도에 대해 재계와 자본시장의 해석이 갈린다.


재계의 평가는 경영권을 위협하는 '배드딜(bad deal)'이다. 그간 PE는 대기업과 교류하면서 친분을 유지해 왔다. 미래 전략상 처분해야 하는 대기업 사업부를 펀드가 받아주기도 하고, 몸값이 비싸 매각이 쉽지 않은 매물은 기업과 펀드가 연합해서 인수하기도 했다.


재계 입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M&A 시도는 대기업의 구원투수보다 기업사냥꾼 행태에 가깝다. 오너리스크와 기업 내부 갈등을 틈타 경영권을 뺏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사모펀드의 '역기능'으로 해석했다.


반면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민하는 자본시장에서는 '굿딜(Good deal)'로 해석한다. 대주주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된 국내 기업 집단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만 관심을 뒀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자금력을 가진 초대형 펀드들이 가세하면서 향후 한국 기업 저평가 개선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좋은 기업들이 저평가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배구조에 있다"며 "대주주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주가를 고의로 억누르는 상황도 발생하고 소수 지분으로 1인 회사처럼 운영하는데 이는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MBK가 언제든지 사모펀드가 적대적인 M&A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기업들이 긴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PE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허한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지분을 확보하고 정상화해 이를 다시 매도하는 입장에서 이런 행동주의 액션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특성상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펀드 공격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의 증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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