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두려움에…돈 몰리는 곳 따로 있다
"원자력, 전쟁 중 가장 안전한 발전원 입증"
전력망·LNG·데이터센터 엔진 등 에너지 전환 가속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부른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원자력을 비롯한 대체 에너지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기존 화석연료 중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부각된 것이다.
25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이민재 연구원은 '미·이 전쟁 이후 지정학 변화와 에너지 전환' 보고서를 통해 "원자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지만, 전쟁 기간 가장 안전한 발전원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재생에너지, 선박엔진까지 전력 공급을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가장 안전했다"
이번 전쟁 기간 중동 지역의 원전들은 직접적인 타격 위협 속에서도 방사능 유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이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확인된 사례다. 원전은 공격 시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어 군사적·정치적 부담이 큰 시설인 만큼, 실제 전쟁 상황에서도 직접 타격이 제한된다는 점이 '안전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친원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조차 에너지 종속을 피하기 위해 정책 재검토에 나섰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현재 중동 사태로 급등한 유가가 경제 회복세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원전 폐쇄는 엄청난 실수였다. 원자력 에너지가 절실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전 밸류체인을 통째로 보유한 '팀코리아'의 몸값도 뛸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팀코리아는 유일한 플레이어로 북미 대형 원전 진출은 우리의 역량을 증명할 기회라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관련 종목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 (목표주가 14만원), 한전기술 (목표주가 24만원) 등을 꼽았다.
막힌 바닷길 대신 뚫리는 파이프라인과 전력망
만든 에너지를 손실 없이 안전하게 전달하는 전력망 산업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미국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송전 전압을 기존 500㎸에서 765㎸로 높이는 대규모 투자를 승인했다. 전압을 높이는 것은 일반도로를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로 확장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과 같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른 핵심 수혜주로 LS ELECTRIC (목표주가 22만원)과 산일전기 (목표주가 25만원)를 선정했다. 특히 산일전기는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특화된 특수변압기 수요가 늘어나며 내년 예상 영업이익이 상향 조정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목줄'을 피하기 위해 오만만이나 홍해 쪽으로 우회하는 대체 파이프라인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이 2010년 이후 누적 수주를 통해 구축한 핵심 플랜트 거점이 이번 전쟁의 주요 피격 지점과 지리적으로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전후 복구 비용만 약 180억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중동 재건 시장에서 한국 건설사의 수주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한국 건설사들의 현지 시공 경력이 공사 이해도 면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건설 (목표주가 30만원)에 대해 원전 시공 경험과 중동 재건 물량을 바탕으로 실적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가 부른 선박 엔진의 화려한 외출
전쟁이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였다면, 인공지능(AI) 열풍은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때문에 가스터빈 공급이 부족해지자, 엉뚱하게도 '선박용 엔진'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배 위에서나 쓰이던 엔진이 이제는 AI의 두뇌인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심장이 된 것이다. 이 연구원은 "가스터빈의 리드타임 증가로 인해 선박용 중속엔진을 데이터센터의 발전원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이 최근 미국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으로부터 6271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발전용 중속엔진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선박용 엔진이 단순 해운 장비를 넘어 전력 인프라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는 엔진 사업의 확장성을 반영해 기존 대비 8% 높은 86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 연구원은 "에너지 전환은 친환경 외에도 안보라는 가치가 더해져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며 "재생에너지, 선박엔진까지 전력 공급을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