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대형VC 대해부]⑪경영진 돕다 경영권까지 샀다…SBI인베의 풀사이클 투자 동행

  • 숏뉴스
  •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씨아이에스 13년…경영권까지 사고 매각
알지노믹스 40억 넣고 781억 회수 잭팟
흑자 행진, 한때 900억 달했던 결손 해소
국민성장펀드 지역리그 GP…'지방 동행'

편집자주벤처투자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풀리고 있다. 정부의 대형 정책펀드가 본격 가동되면서 대형 벤처캐피털(VC)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돈이 늘어난 것과 잘 굴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지는 VC 시장의 흐름과 국내 주요 VC를 11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운용자산(AUM) 상위 하우스를 선정하되 PE 비중이 높은 곳은 제외했다. 시장 전체를 조망한 뒤 각 사의 성장 궤적과 대표 포트폴리오, 투자 철학과 의사결정 구조, 핵심 인물과 조직 문화를 들여다본다.

SBI인베스트먼트의 2012년 결손금은 910억원이었다. 일본 SBI그룹이 경영권을 가져간 지 2년 뒤로, 그해에만 28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 경영진 시절의 투자 손실을 떠안은 채 2022년 한 해를 빼고는 흑자를 이어왔고, 올해 상반기 결손금은 96억원까지 줄었다. 하반기에 96억원을 더 벌면 이 회사는 14년 만에 결손금을 털어낸다.


결손금을 96억원까지 밀어내린 올해 상반기 실적의 축은 알지노믹스다. 40억원의 베팅이 7년 뒤 781억원으로 돌아왔다. 2019년 알지노믹스 시리즈A 참여를 시작으로, 투자 한파가 몰아쳤던 2022년에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5월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데 이어 지난해 12월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올해 최종 회수를 완료한 SBI인베스트먼트는 20배에 가까운 멀티플을 기록했다.


1986년 국내 1호 창업투자회사…누적 AUM 3조로 성장

SBI인베스트먼트의 원래 이름은 한국기술투자였다. 1986년 11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출발해 이듬해 국내 최초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고, 1989년 9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2010년 경영권 분쟁 끝에 일본 SBI홀딩스의 한국 지주회사인 SBI코리아홀딩스가 회사를 인수했고 이듬해 3월 사명을 바꿨다. SBI코리아홀딩스의 지분율은 43.61%다.


그사이 10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해 222곳의 상장을 견인했다. 지난 7월 31일 기준 누적 운용자산(AUM)은 3조296억원, 현재 운용 중인 자산은 1조5354억원이다. 이 가운데 VC 자산이 1조2405억원이다.


투자 결정은 두 단계를 거친다. 발굴된 안건은 1차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사업 적정성과 리스크 분석을 다각도로 검증받은 뒤, 안재광 사장을 비롯한 투자총괄본부장, 벤처투자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2차 투심위에서 최종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 안 사장은 2010년 SBI인베스트먼트에 심사역으로 입사해 2020년 벤처투자본부장을 거쳐 2023년 대표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쓰는 것이 사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활용한 '무기명 개별 전자투표' 제도다. 대면 회의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급자의 눈치 보기나 수직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심사역 개개인이 오직 소신과 전문성에 기반해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사내 직위와 관계없이 투명한 데이터와 토론에 기반해 결정한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독자적인 해외 지사는 없으나, 전 세계 26개국에 760여개 관계사를 거느린 모회사 일본 SBI홀딩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다. 해외 판로 개척이 절실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통로가 될 수 있다.


MBO에서 매각까지…대구 씨아이에스와 13년

SBI인베스트먼트의 투자는 극초기부터 스케일업까지 이어지고, 필요하면 사모펀드(PEF)로 경영권까지 인수한다. 이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씨아이에스가 그 사례다.


SBI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대구의 소부장 기업이던 씨아이에스 경영진이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여 회사 주인이 되도록(MBO) 돕기 위해 1차 투자를 단행했다. IMM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와 함께였다. 이후 씨아이에스가 이차전지 설비 연구개발(R&D)과 영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2·3차 투자도 진행했다. 씨아이에스는 2015년 코넥스에 상장했고 2017년 스팩(SPAC) 합병으로 코스닥에 옮겼다. 벤처펀드로 넣은 자금은 2020년 회수됐다.


같은 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씨아이에스는 생산능력(CAPA) 확장이 필요했다. 2017년 261억원이던 매출이 2019년 1000억원을 넘어선 참이었다. 이때 SBI인베스트먼트는 PEF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4차 투자에 나섰다. 그해 7월 SBI신성장지원PEF가 지분 17.95%를 533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고, 9월에는 에스티리더스PE와 공동으로 결성한 SBI-STL에너지혁신PEF로 구주와 전환사채를 추가 인수했다.



PEF로 넣은 돈의 출구는 상장이 아니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6월 경영권 매각 입찰에 나섰고 그해 12월 에스에프에이(SFA)가 씨아이에스를 인수했다. 2011년부터 총 1006억원을 투입한 SBI인베스트먼트는 2024년까지 1830억원을 회수했다. 2015년 투자한 미국 수술로봇 기업 오스얼라인헬스도 존슨앤드존슨에 팔려 4~5배로 돌아왔다.


이 밖에도 SBI인베스트먼트는 AI 자율비행 드론기업 니어스랩에 시리즈B 단계부터 프리 기업공개(IPO)까지 3차례 투자했다. 니어스랩은 지난달 24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해 향후 회수 성과가 기대된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엑시나에는 시리즈A에 이어 지난 6월 시리즈B에도 참여했다. 엑시나는 이 라운드에서 2018억원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8000억원을 인정받았다.


회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SBI인베스트먼트의 상반기 영업수익은 1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2% 늘었고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277.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5억원,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수익은 77억원이다. 회사는 알지노믹스와 함께 경남 밀양의 정밀 베어링 기업 엔비알모션을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들었다. 2018년 95억원을 넣어 8년을 들고 있던 회사로, 상장 이후 두 차례 매각으로 210억원을 회수했다.


국민성장펀드 '지역전용 리그' 선정… 지방 벤처 밸류업의 시험대

자금 조달 환경이 급변하는 자본시장에서 SBI인베스트먼트의 다음 전장은 비수도권 지역의 스케일업이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 7월 국민성장펀드 지역전용리그 위탁운용사(GP)로 최종 선정됐다. 주관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으로부터 600억원의 정책 출자금을 배정받으며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지역 특화 자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방 기업의 밸류업도 SBI인베스트먼트의 특징이다. 충북 청주의 광학 장비 기업 그린광학에 자금을 투입해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을 뒷받침했고, 충남 아산의 표면처리 전문 영광YKMC에도 2020년부터 지속 투자해 지난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까지 이끌었다. 충남과 강원, 제주 등 전국 단위의 '사회 기여형 지역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민성장펀드 지역전용 GP에 선정돼도 실제 운용 시 마주할 구조적 딜레마는 만만치 않다. 지역 벤처펀드는 비수도권 창업 기업 풀 자체가 좁은 데다 업종도 제조업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어 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렵다. 지역 내 투자 의무 비율을 채우려다 보니 수도권 기업이 지방에 연락사무소나 소규모 연구소만 두고 자금을 타내는 이른바 '무늬만 지방기업' 편법 투자가 횡행하는 것도 고질적인 한계다.


SBI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권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지자체와의 펀드 네트워크를 통해 지방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해 지역 거점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단순히 지역 소재만을 기준으로 투자하기보다 지역의 주력 산업과 연계해 성장 가능성과 사업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