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필터링으로 구매 과정 압축
인플루언서 '발견'→AI '비교'
커머스 생태계 역할 분화 가속
온라인 쇼핑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본격 도입되면서, 이커머스 시장도 '자율주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가 직접 키워드를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던 시대가 저물고, AI가 요구사항을 파악해 적합한 상품만 필터링해주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검색' 줄고 '필터링' 남는다…구매 전환율 11% 육박
최근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과거 검색엔진의 역할이 정보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생성형 AI의 가치는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를 제거해 주는 데 있다"며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맥락을 기반으로 쇼핑 옵션을 제안해 기존 이커머스보다 높은 구매 전환율을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커머스 환경에서 소비자는 상품을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가격과 후기를 직접 비교해야 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서 쇼핑 여정은 '검색→탐색→비교→구매'에서 'AI 검색→포털 검증→구매'로 크게 압축되는 추세다. 실제로 쇼피파이(Shopify) 데이터에 따르면 카테고리별 이커머스 구매 전환율이 10% 미만이었지만, AI 추천을 통한 구매 전환율은 11.4%에 달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확산하면서 마케팅 채널의 역할도 명확히 구분될 전망이다. 인플루언서가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 욕구를 형성하는 휴먼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AI가 조건에 맞춰 후보를 좁혀주면, 소비자는 최종적으로 리뷰와 커뮤니티를 통해 추천된 상품을 검증하는 구조다.
오프라인 인프라 품은 월마트 재평가…에이피알·달바글로벌 수혜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와 AI를 결합한 유통기업과 강력한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갖춘 소비재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LS증권은 관심 종목으로 미국 월마트를 제시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의 점포망을 이커머스 주문 처리 거점으로 활용해 물류 효율을 높였다. 여기에 자체 생성형 AI 어시스턴트 '스파키(Sparky)'를 도입해 이용 고객의 평균 주문 금액을 일반 고객 대비 35%나 끌어올렸다.
신규 분석 대상 기업으로 편입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 (목표주가 57만원, 투자의견 매수)은 글로벌 크리에이터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바이럴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온라인 매출을 늘리고 오프라인 입점까지 연결하는 공식을 미국과 유럽에서 입증해 나가고 있다.
달바글로벌 (목표주가 26만원, 투자의견 매수)은 단일 히트 상품인 미스트 세럼을 넘어 선케어, 더블크림 등 후속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온라인에서 확인된 수요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의 오프라인 유통망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에이전틱 커머스의 침투 속도는 상품군마다 다를 수 있다. 생필품 등 저관여 상품은 AI를 통한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겠지만, 패션이나 뷰티처럼 취향과 경험이 중요한 고관여 상품은 AI가 의사결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오 연구원은 "AI가 쇼핑을 대신하더라도 새로운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소비자의 물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누가 먼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AI가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를 더 많이 축적하느냐가 향후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