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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다…'코리아 프리미엄' 숙제 산적[상법개정 1년]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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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독립성·집행력 강화 등 후속 과제로 꼽혀
기업 행동 변화가 관건…예측 가능한 시장 돼야
"주가 상승=기업 수익성" 기업 경쟁력 제고 병행해야

편집자주1년 전 주주권 강화에 초점을 맞춘 상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한국 자본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주주권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이 잇따라 단행됐다. 하지만,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아시아경제는 개정 상법 시행 1년을 맞아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재계, 법조계 전문가 설문과 국내외 인터뷰를 바탕으로 4회에 걸쳐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바라본 다음 과제는 명확했다. 상법 개정 등 제도가 바뀌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투자자의 행동까지 변화해야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주주권 강화를 넘어 투명한 기업경영,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 기업 성장과 주주 보호의 균형이 갖춰져야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란 목소리가 쏟아진다.


24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개정 상법 시행 1년을 맞아 자본시장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코리아 프리미엄의 핵심 전제조건은 ▲투명한 기업경영과 책임 있는 지배구조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과 정책 일관성 ▲주주보호와 기업 성장의 균형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 ▲기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아직 개혁 초기단계…후속 개혁 지속돼야"

전문가들은 개정 상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프리미엄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후속 개혁이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승계 과정에서의 주가 누르기, 고의적 상장폐지 등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자본시장 사각지대가 여전한데다, 개정 상법 이후에도 새로운 주주권 침해 사례가 언제든 대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며 한국증시 재평가가 시작됐음은 분명하지만 이는 상당 부분 반도체 업황에 기댄 측면도 크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일부 종목의 주가 급등에 현혹돼선 안 된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은 아직 초기 단계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인 종목이 아직 과반"이라며 "여기서 개혁이 멈추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로 꼽은 것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복수응답, 55%)'였다. 이는 현 기업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독립성이 부족한 이사회(복수응답, 70%)'가 꼽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어 '집행력 강화(판례·감독)', '집중투표제 확대' 등이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좀비기업의 빠른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제도를 추가 개선하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인됐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기관 간 건전한 의견 교류를 허용하는 5%룰(대량보유 보고제도) 정비, 충실의무 위반 기준의 명확화와 법제화, 자산규모가 더 적은 회사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소수주주 보호장치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런 과제가 병행된다면 개정 상법은 코리아 프리미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를 중심으로는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를 요구한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응답자는 "주주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이사의 권한도 상대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프리미엄 시대 전제조건 살펴보니

다만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길은 제도 개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PBR 기준으로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됐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시대의 전제조건으로 '실적개선과 산업구조 개편'을 꼽았다. 김우찬 교수 역시 "현재의 수익성(ROE)과 미래의 성장(PER)을 높이려는 경영자의 노력이 전제 조건"이라며 "경영자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주주권 강화, 주주관여활동을 적극 수행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존재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이상목 대표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 실제 기업의 행동 변화"를 요구했다. 지배주주의 책임감, 일반주주와의 동업자 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도 "(기업이) 상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는 경영보다는 이를 회피하는 방법에만 골몰하는 게 현실"이라며 "투명한 기업 경영, 이를 유도하는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가기 위한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공동대표는 "새로운 원동력은 ESG 의무공시"라며 "기업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고 경영 및 투자의 시계를 단기에서 중장기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글로벌 질서에 순응하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가 상승이 결국 기업의 수익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다수 확인됐다. 설문에 참여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주주보호와 기업 성장의 균형"이라며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주주권 보호와 투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나, 기업이 중장기 투자, 사업재편, 신산업 진출과 같은 전략적 판단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경영판단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경영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답자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단기 처방 위주로 제도를 개선하고 사후 보완 등을 외면할 경우,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며 코리아 프리미엄의 전제조건으로 탄력적인 기업지배구조 운영, 공시규제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자본시장의 역할 재정립, 주주권 향상에 비례하는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책과 함께 정책 일관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익명 응답자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려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정책적으로 같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예측 가능한 시장'이라는 신뢰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합리적인 자본배분, 주주환원 문화의 정착,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에 걸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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