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운용사 선정 작업 마무리
정책펀드 앵커 투자자 지위 놓고 경쟁
수수료 낮고 투자처 제한…수익성 우려도
올해 국민성장펀드 운용사(GP) 선정 작업이 1·2차 출자사업으로 마무리되면서 사모펀드(PEF)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정책자금 출자사업 중 손꼽히는 치열한 승부였다는 평가와 함께, 한편에선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향후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정만 되면 수천억 확정…국민성장펀드 쟁탈전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총 2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책형 성장자금 플랫폼이다. 이 가운데 PE·VC 업계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분야는 간접투자형 정책성펀드다. 올해 1차 출자사업에서는 총 3조9000억원 규모로 11개 운용사가 선정됐고, 2차 출자사업에서는 1조6000억원 규모로 7개 운용사가 뽑혔다. 1차에는 81개 운용사가 몰려 평균 경쟁률이 7배를 넘겼고, 2차에도 65개 운용사·컨소시엄이 지원해 과열 양상을 보였다.
선정 결과를 보면 1차에서 대형 리그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 먼트가 차지했다. M&A 리그는 웰투시인베스트먼트, AI·반도체(중형) 부문은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와 인터베스트, 코스닥 리그는 미래에셋벤처투자·브레인자산운용 컨소시엄이 가져갔다. 2차에선 가장 주목받았던 스케일업 리그는 스틱인베스트먼트 가 따냈다. 중형 리그는 도미누스에쿼티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선정됐다. AI·반도체(소형)은 SL인베스트먼트, 지역전용은 SBI인베스트먼트와 KB증권·에코프로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탈락한 하우스들의 면면도 적지 않다. 스케일업 리그에서는 어펄마캐피탈이 도전장을 냈지만 1차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이앤PE는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스틱인베에 밀렸다.
업계에선 특히 첨단전략산업을 표방한 정책성 펀드인 만큼, 운용사의 국적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물밑 견제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량평가의 배점 기준 외에도 "정책자금을 맡길 하우스로 적절한가"라는 정성 평가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민간 블라인드펀드를 만들 때 펀드 결성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국민성장펀드는 선정만 되면 민간 출자자(LP)들이 돈을 대기 위해 줄을 서 있어 펀드 결성 가능성이 확실해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낮지만…정책펀드 앵커투자자 상징성 커"
운용사들이 치열하게 달려든 것은 단순히 관리보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실효 관리보수율은 리그에 따라 약 0.8~1.0%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형 리그 5000억원 펀드 기준 연간 관리보수 상한은 약 41억원 수준인데, 이를 역산하면 수수료율은 약 0.82%다. 3000억원급 펀드도 약 1.0% 안팎 수준으로 계산된다. 통상 민간 블라인드펀드 관리보수율이 1.5~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후한 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운용사들이 몰린 것은 정책자금 앵커 출자자라는 상징성이 크다. 한국산업은행과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의 정책자금을 앵커로 받아 펀드를 결성하면 이후 민간 LP 모집이 훨씬 수월해진다. 특히 올해처럼 민간 펀드레이징 여건이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운용사(GP)'라는 타이틀 자체가 상당한 레퍼런스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반도체, 바이오, 방산, 로봇 등 첨단산업 투자 트랙레코드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혔다.
특히 스케일업 리그의 경우 업계 관심이 유독 컸다. 산업은행 출자금 2000억원을 바탕으로 최소 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구조지만, 민간 출자 유치에 하드캡(결성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 부각됐다. 선정만 되면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는 조(兆) 단위 자금이 쏠릴 것으로 점쳐진 것이다.
투자처 제한적…'치킨게임' 우려도
다만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성장펀드는 정책 목적상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특정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결국 비슷한 산업군, 비슷한 성장단계의 기업에 다수 운용사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좋은 투자처는 한정돼 있는데 비슷한 목적의 정책 펀드들이 동시에 경쟁에 나서면 진입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쟁에 대형 운용사들이 뛰어들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사태로 어수선한 MBK파트너스는 논외로 하더라도, 한앤컴퍼니, IMM PE, VIG파트너스 같은 대형 바이아웃 하우스도 국민성장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전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정책자금 앵커가 절실한 하우스는 아니었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이미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를 굴리고 있는 이들 입장에선 정책자금의 상징성은 매력적일 수 있어도, 운용 자율성을 제약받으면서까지 들어갈 유인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설명이다.
투자 제약과 공개 감시 부담도 이유로 거론된다. 국민성장펀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산업에, 원하는 구조로 투자하기 어려운 성격의 자금이다. 정책 목적에 맞춰야 하고, 사후 보고와 공시 부담도 뒤따른다. 첨단전략산업이라는 명분이 강한 만큼 투자 과정과 회수 결과 모두 시장과 정책당국의 공개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PE업계 관계자는 "VIG파트너스는 국민성장펀드 출자 사업에는 뛰어들지 검토하고 있지만, 한앤컴퍼니 같은 경우 아예 참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정책자금 GP라는 '타이틀'이 중요했던 하우스들은 앞으로 과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과 동시에 수익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