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시공협상 결렬
추가 공사비·위험 분담 놓고 이견
재입찰서 건설사 협상력 확인필요
큰 공사를 따냈다는 소식에 주주들은 웃지만, 공사를 끝낸 뒤에도 웃을 수 있을지는 계약서에 달렸다. 예상보다 일이 늘어났을 때 돈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비용 부담은 누가 떠안는지에 따라 남는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전 수주 기대에 움직이던 건설주에도 이제 이런 계산이 필요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9일 대우건설 ·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하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15개월간 협상했지만 계약 조건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맺겠다는 계획이다. 체코 원전 사업 자체를 접는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공사량이 늘었을 때의 계산법이다. 한수원은 기본설계를 기준으로 공사금액을 정하는 '총액확정 계약'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측은 상세설계 이후 늘어난 물량을 정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공비와 간접비가 적정한지, 어떤 공사를 누가 맡고 책임질지를 놓고도 이견이 있었다. 집수리로 치면 추가 공사가 생겼을 때 처음 견적 안에서 해결할지, 돈을 더 낼지를 두고 부딪힌 셈이다.
원전이 큰 돈벌이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투자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0일 보고서에서 새 시공사를 뽑는 과정이 건설사의 협상력을 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협상 결렬의 충격을 넘어 다음 계약에 어떤 조건이 담길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근거는 일감을 맡을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원전 시공을 주관할 수 있는 국내 업체로 현대건설 · 삼성물산 ·대우건설을 꼽았다. 미국 원전과 홀텍·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등 추진 사업에 비해 건설사들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공사량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일할 기회가 많다면 무리한 가격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재입찰이 곧바로 건설사에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새 업체가 충분한 공사비를 인정받는지, 설계 변경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나누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협상 결렬은 시장이 가장 궁금했던 건설사 협상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건설사의 기대 가능 수익성을 확인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관사들의 무리한 입찰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신규 업체 선정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미투자에 포함된 원전 사업 이후 진행될 '팀코리아' 원전이 모두 같은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미투자 프로젝트는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니며, 사업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시공비를 협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대규모 장기 공사에서 실제 원가를 정산하거나 비용 증감에 따른 손익을 나누는 계약이 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